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과 영국이 최근 우크라에 주재(駐在)한 자국 대사관 직원과 가족들의 철수를 지시했다.
24일(현지 시각) BBC 보도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우크라 주재 자국 대사관 직원 일부 철수를 개시했다. 다만 이 매체는 당국자들을 인용, “현재까지 영국 외교관이 특별히 위협받은 것은 아니며, 직원 절반가량은 대사관에 남아 업무를 이어갈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같은 영국의 조치는 앞서 미국 국무부가 23일 우크라 주재 대사관 직원들의 가족 철수 지시를 내리는 가운데 나왔다. 미 국무부는 러시아가 언제든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 있다고 판단, 대사관 비(非)필수 인력의 출국 허용 및 미국 시민의 출국 권고도 단행했다. 아울러 지역 긴장 고조와 자국민이 해를 입을 가능성을 염려해 러시아·우크라 여행 금지를 권고하기도 했다. 미국 국무부는 AFP에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이 일어나면 (지금처럼) 미국 시민을 대피시킬 처지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배경을 설명했다.
현재 NATO(북대서양조약기구)는 러시아의 10만 군대가 국경에 집결, 전쟁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의 어떠한 군사 행동 계획도 없다며 침공 의도를 부인하는 상황. 이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우크라 사태와 관련, 러시아에 인접한 발트해와 동유럽 국가에 ‘병력 파견’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변국을 통해 군사적 압박을 가함으로써 전운을 가라앉히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뉴욕타임스(NYT)는 23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 바이든 대통령이 발트해와 동유럽의 NATO 동맹국에 군함과 항공기를 포함해 미군 수천 명을 배치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 관계자들은 이 매체에 “바이든 대통령이 빠르면 이번 주에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도 이날 CBS ‘페이스 더 네이션’에서 “외교를 하는 순간에도 우리는 방위력을 증강해 억지력을 높이는 데 매우 집중하고 있다. 러시아가 공격 행위를 재개하면 나토도 자체 증강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미 관계자들은 이 신문에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 침공을 단행할 시, 미국이 우크라의 저항 세력을 지원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한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를 포함한 나토 동부 측면에 수천 명의 미군을 배치하는 것은, 서방 군사 동맹이 러시아 국경에 점점 더 가까워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에 푸틴 대통령이 피하려는 시나리오”라고 부연했다.
오바마 행정부 국방부에서 러시아-우크라 지역을 담당한 에블린 파르카스는 “이는 러시아가 나토와 국경을 맞댄 벨라루스에 군을 갑자기 주둔시킨 것에 대한 대응”이라며 “러시아는 자국의 군사 배치가 상황을 악화하고 모두의 위험을 가중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