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튀르키예 지진으로 혼란 속 약탈이 기승하면서 에르도안 현지 대통령에 대한 심판론이 확산하고 있다는 내용의 2월 13일자 MBN 보도 장면.

튀르키예 남동부·시리아 북부 지역의 강진으로 사망자가 3만 명을 넘어선 가운데 튀르키예 정부가 자국(自國) 건설업자 100명 이상을 건축법 위반 혐의로 붙잡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1일(현지 시각) 튀르키예 국영 아나돌루통신 등에 따르면, 현지 수사 당국은 지진 피해 지역의 건설업 관계자들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 즉시 구금했다. 튀르키예 부통령까지 나서 해당 내용을 발표했다. 이는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급격히 늘면서 구조 활동에 실패한 정권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예상 외로 강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석 달 후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에서 재집권을 노리는 에르도안 튀르키예 현 대통령으로선 당선이 불투명해진 상황. 2014년 대통령직에 오른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번에 정권을 다시 잡으면 장기집권의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앞서 튀르키예에선 지난 1999년 이스탄불 인근에서 발생한 규모 7.8의 대지진으로 1만8000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튀르키예 정부는 내진 관련 건축 규정을 강화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 지진으로 수많은 건물이 무너지고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하자, 전문가들 사이에선 규정대로 건물을 지었다면 사상누각(沙上樓閣)처럼 무너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평가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행정기관과 건설업자 간 부정부패를 대규모 피해의 한 원인으로 지적하기도 한다. 에르도안 정권의 부패가 부실건물을 양산했고 지진이 발생하자 허망하게 무너져 내렸다는 것이다. 

조갑제닷컴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2014년 자신의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 숨겨놓은 비자금을 옮기라고 말하는 녹음파일이 공개된 적이 있다. 당시 비자금 규모는 10억 달러 정도로 추산됐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6일 지진 발생 직후 이틀 동안 공개적으로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번 지진 대규모 피해와 관련해 외국 언론은 정치부패가 떼죽음의 근본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조갑제(趙甲濟) 기자는 조갑제닷컴에 쓴 글에서 “넓은 지역에 걸쳐서 고층건물과 신축 아파트들까지 폭격을 맞은 듯 폭삭 주저 앉아 버린 이유는 부패에 있다”며 “이번에 건물이 많이 무너진 안타캬 지방에 있는 에르진이란 도시에선 한 건물도 붕괴되지 않았다. 역대 시장들이 청렴해 부실건물을 허용하지 않은 덕분이라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개발업자들이 정치권과 야합해 철근 콘크리트 등을 적게 쓰고 지반 다지기도 적당히 해 부실건물을 지어놓으면 준공검사가 나지 않는다. 그러면 정치권이 개입해 벌금을 물게 하고는 준공검사증을 발급한다”며 “선거를 앞두고 부실건물에 준공검사를 내어주는 법안이 자주 통과된다. 야당도 협조한다”고 덧붙였다. 

조 기자는 “현지 정부가 부동산 개발업자들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지만 에르도안 일가(一家)의 부패 때문에 몸통은 건드리지 못할 것”이라며 “에르도안은 아타 투르크의 세속정치 노선을 거역하고 이슬람 원리주의를 내세우지만 뒤에선 온갖 부정을 저질러 지진(地震)보다 더 무서운 인명(人命)피해를 결과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기자에 따르면, 에르도안 정권을 잘 아는 한 지인(知人)이 자신에게 “이런 튀르키예에 돈을 보내 봐야 (대통령의) 사위 차지가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내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