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현실을 감안한 ‘한국형 탄소중립 100대 핵심기술’이 선정됐다. 또 석유화학·철강·시멘트 분야의 탄소중립 기술혁신 전략로드맵과 디지털 기반 탄소발자국 점검 기술 육성 전략도 함께 나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지난 19일 서울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대회의실에서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산하 ‘탄소중립기술특별위원회’ 제7회 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안건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탄소중립기술특별위원회는 대통령 직속인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산하 특별위원회 중 하나로, 국가 탄소중립 연구개발 컨트롤타워로서 범부처 탄소중립 연구개발 정책을 총괄·조정하는 역할을 수행해 오고 있다.
지난 10월 수립한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술혁신전략’에 이어 올해 4월 발표된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의 후속조치로 탄소중립 분야의 본격적인 기술개발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먼저 ‘한국형 탄소중립 100대 핵심기술’은 범부처 차원의 탄소중립 기술개발 방향성을 제시하기 위한 것으로, ▲좁은 국토면적, 저풍량 환경, 국내 자원 부족 등 지리적 여건과, ▲고탄소 제조업 중심의 국내 산업 구조, ▲국내외 기술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우리나라의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술을 선별한 것이다.
100대 기술 선정을 위해 분야별 최고 전문가로 구성된 ‘탄소중립 100대 기술 선정 작업반(산학연 전문가 총 233명)’을 운영했으며, 이를 통해 국내외 탄소중립 세부 후보기술 약 450개 중에서 총 100개 기술을 선정했다.
이번에 발표하는‘100대 핵심기술’의 주요 특징은 작년 10월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에서 발표한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술혁신전략’에서 기술 간 연계성과 차별성을 고려하여 분류 체계를 보다 합리화하였다는 점이다.
또 기술 수준별로 ▲초격차 ▲신격차 ▲감격차 기술, 기간별로 ▲단기형(2030년까지 상용화 목표) ▲중장기형(2030년 이후 상용화 목표) 기술로 구분하는 등 다각적인 분산 투자 전략(포트폴리오)을 마련해 범부처 차원의 전략적 기술개발 투자 방향을 설계하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
참고로 초격차 기술(9개)은 세계 최고 수준 기술력을 보유, 선두를 유지하고 격차를 확대해 나갈 기술을 의미한다. 신격차 기술(39개)이란 세계적으로 기술 개발 초기 단계로, 신시장 창출·선점이 가능한 기술을 지칭한다. 감격차 기술(52개)은 선도국과 다소 기술 수준 격차가 있어, 격차를 해소해나가야 할 기술을 뜻한다.
이번에 선정된 핵심기술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에너지 전환, 산업, 수송·교통, 건물·환경 부문과 관련된 17개 중점 분야를 대상으로 ‘100대 핵심기술’을 선정했다.
◇에너지
에너지 전환 부문에서는 지리적 여건(좁은 국토면적 등), 주민 수용성 등을 고려해 고효율화, 대형화 관련 8개 분야 35개 기술을 선정했다. 태양광·전력저장 등 기존 국내 경쟁력이 높은 분야들은 초격차·신격차 기술 중심으로 전략적으로 배치했다. 이외에도 에너지 안보 등을 고려하여 반드시 기술 내재화가 필요한 감격차 기술도 선정했다.
▪ (태양광) 초고효율 태양전지 등 초고효율화 관련 3개 기술
▪ (풍력) 초대형 풍력터빈 등 초대형화 · 해상풍력 관련 5개 기술
▪ (수소공급) 수전해 기술, 해외수소 저장·운송 등 수소 공급 전주기 관련 10개 기술
▪ (무탄소 전력공급) 수소 전소 가스터빈 등 분산·유연 발전원 관련 5개 기술
▪ (전력저장) 단주기·장주기 저장시스템, 사용후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스템 등 3개 기술
▪ (전력망) 지능형 송배전 시스템 등 지능형 전력망 관련 3개 기술
▪ (에너지통합시스템) 산업 및 건물에서 활용 가능한 히트펌프 등 3개 기술
▪ (원자력) 선진 원자력 시스템 등 고효율 시스템, 폐기물 관리 등 3개 기술
◇산업
산업 부문은 주로 공정과 관련된 분야로서 주력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탈탄소화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이를 위해 원료 전환·연료 전환 등 전반적인 공정 혁신 기술을 중심으로 5개 분야 44개 기술을 선정했다. 철강, 석유화학 등 대부분의 기존 공정에서 대대적 혁신이 요구되는 만큼, 수준별로는 신격차 기술, 기간별로는 중장기형 기술이 주로 선정되었다. 다만, 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CCUS) 분야는 국가 탄소배출 감축에 매우 중요하나, 국내 기술이 뒤쳐진 분야로서 기술 내재화를 위한 감격차 기술로 선정하여 빠른 기술 추격을 지원해 나갈 계획이다.
▪ (철강) 무탄소 연·원료 적용, 수소환원제철 등 관련 6개 기술
▪ (석유화학) 연·원료 대체, 자원 순환, 신공정 관련 15개 기술
▪ (시멘트) 비탄산염 원료 등 연·원료 대체 관련 5개 기술
▪ (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CCUS)) 탄소 포집·저장·활용 전주기 기술 확보 관련 11개 기술
▪ (산업 일반) 설비 전환·에너지 효율화 등 범용 활용 기술 7개
◇수송·교통
수송·교통 부문은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분야로서 핵심 기술 확보를 통해 빠르게 고성능의 친환경 제품으로 전환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2개 분야 13개 기술을 선정했다. 친환경 자동차 분야는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주로 초격차·신격차 기술을 중심으로 선정했다. 다만, 탄소중립 선박 분야는 탄소중립 분야의 기자재 경쟁력이 다소 낮은 점을 고려하여 감격차 기술에 집중하여 신속하게 보완해 나갈 예정이다.
▪ (친환경 자동차) 이차전지 시스템, 전기구동 시스템 등 핵심 부품 관련 9개 기술
▪ (탄소중립 선박) 탄소중립 내연기관 등 탄소중립 핵심 기자재 관련 4개 기술
◇건물·환경
마지막으로 건물·환경 부문에서는 우리 주거형태 및 도시 환경 적합성, 효율적인 국토 이용 등을 고려하여 2개 분야 8개 기술을 선정했다. 제로에너지건물 분야는 우리 여건에 맞는 기술 내재화를 위해 감격차 기술 중심으로 선정했으며, 환경 분야는 기술 개발이 시작되는 단계로 신격차 기술을 중심으로 선정해 중장기적으로 육성해 나갈 예정이다.
▪ (제로에너지건물) 건물신재생에너지시스템 등 에너지저감·신재생에너지 관련 4개 기술
▪ (환경) 바이오·생분해성 플라스틱 등 자원순환, 탄소흡수 관련 4개 기술
정부는 이번에 선정된 탄소중립 100대 기술을 중심으로 전략적인 연구개발 투자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우선, 100대 핵심기술을 중심으로 탄소중립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고, 국가 차원에서 100대 핵심기술 관련 사업에 우선적으로 투자하기 위해 범부처 통합적으로 예산 배분·조정을 추진한다.
아울러 예비타당성조사 기간 단축 등 제도 개선을 통해 신속·유연한 탄소중립 연구개발을 뒷받침하고, 100대 기술을 중심으로 임무중심의 탄소중립 기술혁신 전략 단계별 이행안(로드맵)도 수립하는 등 탄소중립의 체계적인 기술 기반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한국형 탄소중립 100대 핵심기술’은 국내외 기술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검토하고, 필요시 신규 분야·기술 추가, 기존 분야 범위·목표 재조정 등 재설계를 추진할 계획이다.
한편, 탄소중립 기술혁신 전략로드맵은 탄소중립 기술이 실제 현장에 적용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임무지향형 기술임을 고려해 구체적인 목표와 시한을 정하고, 전(前) 단계 개발이 성공할 경우에 후속 개발로 진행하는 임무 중심의 각본(시나리오) 방식으로 기획됐다. 정부는 상기 단계별 이행안(로드맵)을 탄소중립 분야의 정부 연구개발(R&D) 투자의 기본 청사진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이번 단계별 이행안은 산업계의 자발적인 탄소중립 참여를 높이기 위해 산업별 대표 협회 및 기업 등이 로드맵 작업에 직접 포함되는 등 민간 주도형 기획으로 진행됐다.
석유화학 분야의 경우, 플라스틱·섬유·고무·접착제 등 각종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산업 분야로서 우리나라가 세계 4위 수준의 에틸렌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대표 주력산업인 반면, 탄소 배출에 있어서는 우리나라 산업 중에서 2위(2018년 기준 4690만톤)로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한 과감한 공정 혁신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석유화학 전(全)주기(연료 대체·원료대체·자원순환·신공정)에 걸쳐 친환경 공정혁신기술이 2030년 전후를 기점으로 상용기술로 안착되는 것을 목표로 기술 개발 전략을 수립했다.
우리나라 철강 산업은 산업 분야 중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2018년 기준 1억120만톤)하고 있으며, 유럽연합에서 철강 등 고탄소 수입품에 추가 세금을 부과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를 도입할 예정임에 따라 철강 산업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탄소 배출량 감축이 시급하게 요구되고 있다. 이에 2030년을 전후로 철강을 생산하는 기존 공정에서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상용기술을 확보하고, 장기적으로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혁신적인 철강 생산 기술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전략을 수립했다.
우리나라 시멘트 산업은 철강, 석유화학 다음으로 많은 탄소를 배출(2018년 기준 3410만톤)하고 있으나, 순환연료를 적극 사용하고 있는 유럽연합 등 주요국에 비해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기술 수준은 뒤쳐져 있어 적극적인 기술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시멘트 생산에 사용되는 연료‧원료를 저탄소 연료‧원료로 전환하기 위해 필요한 핵심기술을 2030년 전후로 상용화가 가능한 수준까지 신속하게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기술 개발 전략을 수립했다.
최근 세계적으로 탄소배출 측정 범위가 제품 전(全) 주기 단위로 확대됨에 따라 탄소 발자국 쟁점이 대두되는 가운데 우리기업의 탄소배출 측정 부담을 줄이고, 국제적으로도 탄소발자국 점검 기술을 선도하기 위한 기술 육성전략도 마련했다.
먼저 측정 분야에선 고온의 화학반응 공정에서도 안정적으로 실시간 탄소배출 측정이 가능한 감지기와 제품 단위로 탄소배출값을 산정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국제적으로 높은 데이터 품질 요구에 대응하고, 기업의 개별 환경에 맞춰 측정할 수 있도록 탄소 발자국 측정 기술력을 높여나갈 계획이다.
이어 보안 분야에서는 공급망 전반에서 탄소 배출 정보 교환 시 기술 유출 우려가 없는 보안기술도 확보해 나간다. 탄소 발자국 대응 시 기업 간의 탄소 배출 정보 교환은 필수적이며 이 과정에서 공정 정보 유출이 우려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공급망 유형별로 맞춤형 기술 개발을 적용해 나갈 예정이다.
지원 분야에선 국내 중소기업 대상으로 공정별 측정 기술을 체계화하고, 실제 적용해볼 수 있는 환경도 제공해 기업이 손쉽게 탄소배출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나간다.
기반 정부는 ▲탄소측정 표준・기술 확충, ▲기술 전담기관 운영 등을 통해 탄소발자국 대응에 필요한 지원기반도 확충해 나간다. 단기적으로 철강, 이차전지 등 주력 수출 분야 중심으로 탄소배출 측정 표준 디비(DB)를 확충하고, 장기적으로는 탄소중립 연구개발 실증 단계 시, 탄소배출 측정 기술이 연계되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또한, 탄소발자국 점검(모니터링) 기술 전담기관도 운영하여 관련 기술 점검(모니터링), 기술 수요 발굴 등 탄소 발자국 기술 대응력을 높여나갈 계획이다.
정부는 “이번에 수립한 탄소 발자국 기술 육성 방향에 맞춰 금년부터 관련 부처를 중심으로 사업을 기획해 단계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