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 터를 잡은 청년 10명 중 7명은 현재 생활에 만족하고 있지만, 이들 중 6명 이상은 5년 이내에 다시 다른 지역이나 수도권으로 이주할 것을 예상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삶의 만족도가 높아졌음에도 지역 사회의 편견이나 성장 가능성의 한계로 인해 이주를 고민하는 '지역 청년 이주의 역설'이 확인된 것이다.
사단법인 오늘은과 청년데이터연구소 열고닫기는 수도권 거주 경험이 있는 지역 출신 19~34세 청년 93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6 지역청년 연구보고서'를 6일 공개했다.
“안정적이고 행복하지만”...지역 살이 청년 가로막는 ‘사회적 인정’ 부재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지역에 살고 있는 청년 308명 가운데 67.9%가 현재 일상생활에 만족하고 있다고 답했다. 과거 수도권 생활 당시 피로감과 부담감을 느꼈다는 비율은 85.4%에 달했으나, 지역으로 이동한 뒤에는 피로감이 32.5%로 대폭 낮아진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지역 거주 청년의 65.9%는 '5년 내 이주를 예상한다'고 응답했다. 현재의 높은 생활 만족도에도 불구하고 장기 정착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가 드러난 셈이다. 지역 생활에 만족하면서도 이주를 고려하는 청년(209명)이 꼽은 가장 부족한 조건 1위는 '사회적 인정'(54.1%)이었다. 이어 '일 정보와 기회'(49.3%), '미래와 성장 경로'(39.7%)가 뒤를 이었다.
심층 인터뷰(FGI)에 참여한 한 청년은 "지역에서 '진짜 능력 있으면 서울 가서 박 터지게 살아봐야 사람이 큰다'는 말을 들었을 때, 수도권에서 다시 내려온 선택 자체를 부정당하는 느낌이었다"고 토로했다.
수도권 청년 80.7% “지역 살고 싶다”...65% “수도권 머물 것”
수도권에 거주 중인 청년 626명의 상황도 격차를 보였다. 이들이 지역을 떠나 수도권으로 온 최초 계기는 취업·구직(42.7%)과 학업(35.8%)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수도권 청년들은 생활 전반의 만족도(84.8%)가 높았지만, 동시에 68.5%가 삶의 피로감과 부담을 과중하게 느끼고 있었다.
이들 중 80.7%는 향후 지역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답했으나, 실제 향후 수도권에 계속 거주할 것으로 본 응답자는 65.0%에 달해 이상과 현실 간의 커다란 간극을 보였다.
연구진은 청년들에게 단순한 일자리나 거주 공간을 넘어 청년의 언어로 정리한 네 가지 필수 '자리'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꿈꿀 자리(일자리를 넘어 미래 비전까지 설계할 수 있는 환경) ▲즐길 자리(문화공간을 넘어 세분화된 취향을 일상에서 즐길 수 있는 공간) ▲만날 자리(매일 만나는 사람을 넘어 새로운 관계망으로 확장 가능한 커뮤니티) ▲숨을 자리(단순 거주 공간을 넘어 세분화된 삶의 방식이 존중받는 환경)가 그것이다.
‘귀향층’과 ‘이향층’의 차이...연고 없는 타 지역 청년이 사생활·문화 만족도 더 높아
이번 조사는 지역 거주 청년을 고향으로 돌아간 '귀향층'(218명)과 연고가 없는 타 지역을 선택한 '이향층'(90명)으로 구분해 정밀 비교했다.
분석 결과, 이향층은 '사생활과 삶의 방식을 존중받고 있다'는 응답이 80.0%로 귀향층(61.0%)보다 19.0%p 높았다. '문화·여가·취향을 일상적으로 누릴 수 있다'는 응답 역시 이향층(64.4%)이 귀향층(49.1%)보다 15.3%p 높게 나타났다. 반면 새로운 커뮤니티 형성 가능성은 귀향층(68.3%)과 이향층(66.7%)이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5년 내 이주 예상 비율은 귀향층(67.0%)과 이향층(63.3%)이 유사했지만, '수도권 재이주 예상' 비율은 귀향층이 76.6%에 달한 반면 이향층은 45.6%에 그쳤다. 연구진은 "고향이 아닌 다른 지역도 청년들이 손쉽게 선택할 수 있어야 청년의 이동이 수도권과 고향이라는 양자택일에 머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일자리 유치 정책에서 계속 살 수 있는 일상 지원으로 전환해야”
보고서는 청년들의 일시적 유치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정착을 돕기 위해 4대 정책 방향을 제언했다. 먼저, 충분한 조건 형성이다. 네 가지 자리가 일상에서 작동하도록 직무 전환 상담, 소규모 문화공간 확대, 커뮤니티 지원, 사생활 존중 환경 조성 등이 필요하다. 둘째, 선택지 확대다. 출신지 중심 지원 탈피, 지역별 일·주거·생활 정보 접근성 향상 및 첫 관계망 형성 지원 등이 요구된다. 셋째, 선택의 지속성 확보다. 일상·독립·성장의 연속성을 보장하여 5년 내 재이주하지 않도로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인정 구조 마련이다. '성공하려면 서울 가야 한다'는 인식 전환, 원격 및 AI 기반 일자리 확대, 귀향 및 지역 정착의 가치 재해석 등이 요구된다.
연구진은 "수도권 청년은 '수도권에서 잘해 보고 싶다', 지역 청년은 '지역에서 잘해 보고 싶다'고 이야기한다"며 "지방소멸 대응 정책이 환경의 한계만 지적할 것이 아니라 공공, 민간, 개인 등 각자의 자리에서 작은 실천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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