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과 급격한 기술 환경 변화 속에서 과거의 명성에 안주하던 글로벌 브랜드들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반면 AI 투자와 실질적 고객 경험 혁신을 선점한 브랜드들은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며 글로벌 시장 판도를 급격히 재편하고 있다.
세계 최대 브랜드 컨설팅 그룹 인터브랜드가 28일 발표한 ‘2026년 베스트 글로벌 브랜드(Best Global Brands 2026)’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글로벌 상위 100대 브랜드의 총 가치는 3조 8660억 달러(약 5354조 원)를 돌파해 전년(3조 5750억 달러) 대비 8.1% 증가했다. 전체 시장 파이는 커졌지만, 쌓아온 신뢰와 차별성을 성장의 동력으로 활용한 브랜드와 과거 비즈니스 모델에 안주한 브랜드 간의 성과 격차는 역대 어느 때보다 극명하게 엇갈렸다.
AI 폭풍 성장...엔비디아 TOP 10 진입·엔터 산업 2위 격상
올해 글로벌 브랜드 시장의 성장은 테크 산업과 AI가 강력히 견인했다. AI 전방위 확산의 최대 수혜주인 엔비디아(6위)는 브랜드 가치가 무려 71% 이상 폭증하며 단숨에 글로벌 TOP 10에 진입했다. 이는 100대 브랜드 중 압도적인 1위 성장률이다.
빅테크의 약진도 이어졌다. 자체 생성형 AI ‘코파일럿’을 전 제품군에 통합한 마이크로소프트(2위)는 브랜드 가치가 14% 증가한 4437억 달러를 기록했다. 구글(3위) 역시 AI ‘제미나이’와 차세대 검색 기능을 대중적 서비스에 접목해 브랜드 가치를 23% 끌어올리며 3위에 안착했다. 아마존(4위)은 클라우드(AWS)와 쇼핑 인프라 강화를 바탕으로 가치를 10% 늘렸다.
플랫폼 및 엔터테인먼트 브랜드의 동반 상승세도 눈부셨다. 유튜브(10위), 넷플릭스(23위), 스포티파이(39위) 등이 대폭 성장하면서,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전통의 강자였던 자동차 산업을 제치고 테크 산업에 이은 ‘세계 2대 산업’으로 격상됐다.
자동차 산업 569억 달러 하락...토요타·테슬라 급락 속 韓 현대·기아 ‘선전’
반면 자동차 산업은 전 세계적인 수요 둔화와 전동화 전환 진통 속에 가장 큰 하락세를 보였다. 자동차 산업 전체 브랜드 가치는 지난 12개월 동안 569억 5000만 달러 감소했다.
자동차 부문 1위인 토요타(9위)는 브랜드 가치가 20% 가까이 하락했고, 테슬라(50위)는 순위가 지난해 25위에서 25계단 폭락하고 가치도 37.8% 감소한 183억 달러에 그쳐 가장 큰 하락 폭을 기록했다.
이 같은 악조건 속에서도 한국 자동차 브랜드는 명확한 가치 제안을 통해 선전했다. 현대자동차(29위)와 기아(87위)는 브랜드 가치가 각각 1.6%, 2.7% 증가하며 상승세를 유지했다. 중국의 BYD(89위) 역시 4.5% 상승했으며, 페라리(51위)도 우수한 성과를 거뒀다.
삼성전자 글로벌 5위...럭셔리 양극화 및 B2B·신규 진입군 다변화
국내 간판기업인 삼성(5위)은 주요 제품군 전반으로 AI 기능을 전격 확대하고 ‘삼성 생태계’를 구축한 점을 인정받아 브랜드 가치가 전년 대비 16%나 급증했다.
럭셔리 산업에서는 희비가 갈렸다. 에르메스(15위), 샤넬(24위), 까르띠에(69위), 티파니앤코(91위) 등 소비자의 시대적 감각에 부응한 브랜드는 가치가 상승했으나, 오랜 역사에만 의존한 상당수 전통 럭셔리 브랜드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B2B 및 산업군에서는 AI 및 에너지 효율화 난제를 해결해 준 SAP(17위), 세일즈포스(37위), 지멘스(47위), 슈나이더 일렉트릭(62위) 등이 강세를 보였다. 신규 진입 브랜드로는 금융사 취리히(58위), 디지털 전환을 이룬 히타치(90위), GE헬스케어(95위)가 포함됐으며, HPE(99위)는 재진입에 성공했다.
“명성만으론 생존 불가...고객이 선택할 실질적 가치 제시해야”
인터브랜드는 성장한 브랜드들의 공통점으로 거대한 규모나 인지도보다 ‘고객이 해당 브랜드를 반드시 선택해야만 하는 명확한 이유’를 제시했는가를 꼽았다.
곤잘로 브루호(Gonzalo Brujó) 인터브랜드 글로벌 CEO는 “과거에는 쌓아온 명성만으로도 어려운 시기를 헤쳐 나갈 수 있다고 여겼지만, 이제는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며 “오늘날 앞서 나가는 브랜드들은 브랜드를 단순한 자산이 아닌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고객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비즈니스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렉 실버맨(Greg Silverman) 인터브랜드 글로벌 브랜드 이코노믹스 디렉터 역시 “가장 가파르게 성장한 브랜드들은 기존 핵심 영역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영역으로 진출하는 ‘아이코닉 무브(Iconic Moves)’를 과감히 단행해왔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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